편집인의 글: 4호를 펴내며

흥분과 멀미가 교차하는 어지러운 순간들을 경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의 인공지능 이야기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과학을 비롯해 지식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고, 예술과 창작 활동을 재구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식과 창작의 의미를 다시 묻는 것과 동시에 지적재산권이나 저작권의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 인공지능은 에이전트(agentic AI)로 진화하려는 듯하다. 주어진 과제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의 진화는 삶과 일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함으로써 편의성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자리와 책임의 소재를 둘러싼 물음을 제기한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글로벌 거버넌스에서도 변화가 감지되며, 우리나라 AI기본법이 기술과 산업 발전을 촉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여러 의문이 따라붙고 있다.

이러한 시기, 이번 리포트는 인공지능의 윤리, 역사, 거버넌스, 그리고 철학에 관한 여러 물음들을 생각해 보는 데 도움이 될만한 여러 시각을 담았다. 기술윤리를 주제로 한 공유진 교수와 매튜 데니스(Matthew Dennis) 교수의 깊이 있는 인터뷰는 왜 기술의 윤리인지를 묻고, 인공지능 윤리의 다양한 지평을 풍부하게 조명한다. [인사이트]에는 얼굴 인식 기술의 초기 역사를 되짚는 김희원 박사의 글과 “인공지능과 의식”을 주제로 한 철학자와 신경과학자의 글을 실었다. 특히, 철학자와 신경과학자가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질 가능성에 관해 어떤 식으로 탐구하는지 비교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슈 리포트]에서는 해외 인공지능 거버넌스 동향과 저작권 관련 쟁점들을 다룬다.

인공지능 기술도 복잡하지만 그것의 인공지능의 윤리적, 사회적, 법적 쟁점들도 마찬가지로 복잡하다. 이번 호에 실린 여러 글들을 통해 인공지능을 넓은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관점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이 활발히 논의되는 매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2025.9.

천 현 득

(편집인, 서울대 AI연구원 ELSI센터장)